2002년 개봉작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는 로버트 러들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아 멋진 액션과 현실적인 첩보전을 선보인 작품입니다. 기존의 화려하고 세련된 스파이 영화와는 상반된 본 아이덴티티는 리얼리즘을 강조한 액션과 세심한 심리 묘사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제이슨 본이라는 캐릭터는 기억을 잃은 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가는데 인간적인 면모와 냉혹한 킬러 본능이 혼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참신한 스파이 영화를 창조해냅니다. 다음에서는 본 아이덴티티의 줄거리 요약과 영화 007과의 비교 분석 그리고 원작 소설과의 다른 점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본 아이덴티티 줄거리 요약
지중해 한가운데에서 총상을 입고 표류하던 한 남자거 어부들에게 발견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 뿐만 아니라 과거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신체적인 능력과 전투 기술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점차 알아가게 됩니다. 또한 그의 몸에서 스위스 은행 계좌번호가 적힌 작은 캡슐을 발견하고 그것을 단서 삼아 취리히로 향합니다.
스위스 은행에서 그는 제이슨 본이라는 이름의 여권과 여러개의 신분증 그리고 상당한 돈을 발견하게 되지만 동시에 정체불명의 암살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일반 시민이 아니라 정부 조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후 도망치던 중에 마리(프랑카 포텐테)라는 여성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마리는 처음에는 본을 상당히 경계하지만 결국 함께 도망치게 되며 점차 그를 신뢰하게 됩니다.
본은 차차 과거의 기억들을 퍼즐처럼 맞춰가며 자신이 미국 CIA의 비밀 요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트레드스톤(Treadstone)이라는 암살 프로그램의 일원으로서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세뇌되고 철저하게 훈련된 요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임무 수행 중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고 이후 기억을 잃은 채 바다에 표류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CIA는 그가 살아있다는 자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계획을 세웁니다.
마침내 CIA의 암살자들과 대결하게 된 본은 아슬하게 살아남지만 자신의 정체에 대한 모든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마리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합니다. 본 아이덴티티는 훌륭한 액션 연기를 뛰어넘어 자아를 찾고자 하는 한 인간의 고뇌와 조직이 개인을 어떻게 도구로 활용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본 아이덴티티 vs 007 비교 분석
본 시리즈와 007 시리즈는 모두 첩보 영화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만 영화의 형식과 철학에서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제임스 본드(007)는 고급스러운 수트를 입고 화려한 차량과 첨단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세련된 스파이로 등장하지만 임무 수행 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로움을 가진 캐릭터인 반면 제이슨 본은 현실적인 액션과 극도의 생존 본능을 보여주며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보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생존에 더욱더 집중하는 캐릭터로 비교됩니다.
007 영화는 대체로 화려한 액션과 클래식한 스파이 미션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본드는 종종 다양한 여성 등장인물과 로맨스를 연출하는 반면 본 시리즈는 보다 어두운 분위기에서 심리적 갈등과 생동감 있는 액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아이덴티티는 화려한 특수 장비 없이도 맨몸 액션과 즉흥적인 생존 기술을 활용하는 부분에서 더욱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또한 본 시리즈는 핸드헬드 카메라 기법과 빠른 편집을 활용하여 보다 긴박한 느낌을 강조하지만 007은 스타일리시한 촬영 방식으로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한편 007 시리즈의 악당들은 대체적으로 과장된 설정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목표를 설정한 반면 본 시리즈는 보다 현실적인 정치적 음모와 조직 내부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본은 정부가 자신을 어떻게 이용했고 마지막에는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는 점에서 더욱 인간적인 고뇌를 겪으면서 007보다는 확실히 감정적인 측면이 강한 캐릭터로 분석됩니다.
본 아이덴티티 원작 소설과 다른 점
본 아이덴티티는 로버트 러들럼의 1980년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와 원작 소설 사이에는 많은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일단 소설 속 제이슨 본은 영화보다 더욱더 복잡한 배경 속에 살아가며 냉전 시대의 분위기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원작에서 본은 카를로스 더 잭알(Carlos the Jackal)이라는 실존 국제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한 미끼 역할을 수행하는 CIA 요원이었습니다. 그는 조직의 목표를 위해 허위 인격체인 제이슨 본을 창조해 냈으며 실제로는 데이비드 웹(David Webb)이라는 본명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작전 중에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고 이후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반면 영화에서는 이러한 냉전 시대의 설정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각색하였고 카를로스 더 잭알 대신 CIA의 트레드스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또한 원작에서 본이 보다 전략적으로 움직이며 CIA 내부의 음모를 파헤치는데 집중하는 반면 영화에서는 강렬한 액션과 본의 감정적인 여정을 더욱 중요시합니다. 또한 영화에서는 본과 마리의 관계가 보다 로맨틱하게 그려지고 마지막에는 마리가 본과 함께 도망치는 캐릭터로 묘사가 되는 반면 원작에서 마리는 보다 독립적인 캐릭터로 등장하게 됩니다. 이렇듯 영화는 원작과 달리 차별화된 리얼리즘 액션과 감정적인 몰입을 강조하며 원작의 색깔을 보다 새롭게 각색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본 아이덴티티는 기존 첩보 영화와는 달리 차별화된 리얼리즘 액션과 심리적 갈등을 가미하여 주인공의 여정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창조하였습니다. 007과 비교했을 때 본 시리즈는 보다 사실적이고 감정적인 서사를 강조하였고 화려한 장비보다는 본능적인 생존 기술과 전투 능력에 집중하였습니다. 또한 원작 소설과 비교했을 때 냉전 시대의 정치적 요소를 과감히 제거하고 보다 현대적인 스파이 스릴러로 재구성하여 성공했습니다. 이렇듯 본 아이덴티티는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거대한 조직과 맞서는 최후의 과정을 그린 깊이 있는 스토리로 지금까지도 수많은 첩보 영화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최고의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